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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의 콘텐츠 리뷰/책 리뷰

[Book]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 - 아사하라 나오토

by 김덕구입니다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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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 - 아사하라 나오토

2020.9.19

 

신기한 제목의 책이다.

나는 BL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볼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자극적이게 꾸며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태국 드라마 보이 프렌즈(2 gather:the series)를 보고 10년 전 생각했던 고교생들의 다양한 고민을 담은 소설을 다시 써보고 싶었다.

모든 것이 신선하고 풋풋했던 아름다웠던 시간에 대해 말이다.

나름 줄거리와 구성, 다양한 이야기를 편성해 뼈대를 잡아보았었는데 그중 한 에피소드가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었다.

 

보이프렌즈를 보면서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누구(동성)야"라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응원이었다.

되게 자연스러운 것이 신기했다. 그 나라가 그런 건지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고를 다니며 그런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짜 사랑의 대상이 동성이었다면 그런 집단에 오히려 안 들지 않을까? 조용히 몰래 조심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진짜인지 단순한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성 정체성에 대해 혼돈하는 무리(?)의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그런 게 크게 반감을 사진 않았다.

우리 학교는 반을 성적순으로 나누어놨는데 상위 학급 3개 반과 그 나머지 중위 3개반 하위 4개 반이었다.(반 개수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상위는 3개 학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상위 학급 3개 애들은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그런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그 3개 반에서는 앞서 말한 그런 무리의 사람들이 없었다. 하위 학급에서 중심적으로 모였던 것 같다.

유일하게 우리 반에 그 무리에 있다고 커밍아웃한 동명의 친구가 있었고, 나 이외에 것에 관심 없던 나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그 친구를 혐오에 가깝게 취급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특별히 불편하지도 않아 그냥 여느 다른 친구들 처럼 거리낌 없이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성의 대상이 '나'는 아니었단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그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대상을 찾아 사랑에 빠지는 일반적인 흐름이 아닌 같은 무리의 사람인지 확인하고 그 안에서 대상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나 막 좋아하진 않는다는..

 

이 책은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주인공의 고민이 담겨있다.

나는 단순한 BL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물이 아닌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세밀한 형태의 감정과 고민과 사례가 필요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사랑이야기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괴롭고 힘든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말하는 게 현재 성소수자의 현실의 모습일 것이라 짐작했다.

책 제목으로 코미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주 가벼운 코미디.

이것은 절대 절대 가볍지 않다.

나는 '결핍'에 대한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결핍을 갖고 있고 그 결핍에서 오는, 그 결핍을 채워나가는 방법에서 각자의 문제 풀이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결핍은 아버지였고 주인공은 아버지 뻘의 남자 친구를 만나 사랑을 한다.

결핍의 부작용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둘은 아름답지 않았다. 이해타산의 관계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소년은 결핍이 인정이 아닌 상처로 작용해 충족을 위한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그런 식의 사랑이 과연 옳을까? 아니 그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여자 친구를 사귀고 평범해지고 싶었던 소년.. 여자 친구 덕분에 소년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소년은 끝내 결핍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정리해간다. 이 소년은 이제 성장하려고 한다. 그리고 책은 끝났다.

 

책을 덮고 또다시 많은 생각이 일었다.

나는 단순히 미화된 팬픽을 쓰고 싶었던 걸까? 이런 묵직한 무게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이야기일지 모르는 이야기로 내가 누군가를 상처 주는 것은 아닐까?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해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많은 고민이 들끓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소설의 첫 부분을 이미 머릿속으로 써내라고 있었다.

저런 고민보다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려나 싶다 ㅎㅎ

 

이 책으로 내가 만드는 이야기는 좀 더 깊이를 갖게 될 것 같다. 내면을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보이프렌즈도 그렇고 이 책을 보면서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매력을 느끼는 그런 감정을 가졌다는 것 자체로도 

존중받아야 하고 응원받아야 할 것 같다. 그렇지 못한 누군가에게 그것 조차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ㅎㅎ 씁쓸..

 

 

 

+ 이것을 장르물이라고 착각하면 대단한 오해이다. 소년의 성장기이고 성정체성에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권장하는 책이다. 그들도 그렇게 되려고 그런게 아니다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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